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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생활 2023. 2. 4. 00:11

    저자 : 박한슬

     

    이모저모


     

    거의 매일 같이 먹는 약에 대해 어떤 원리인지 어떻게 먹어야 올바른지 피해야할 부작용은 없는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없는지가 궁금하여 읽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저자 박한슬씨가 나와 책 소개를 해주어 귀가 솔깃했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평소 만성 비염이 있어 항히스타민제와 친했고, 20 중반 탈모가 오면서 프로페시아의 구원을 받았다. 때문에 일년중 2/3 약을 달고 산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 아이들이 잦은 병치레를 하면서 약은 삶과 뗄레야 뗄수 없게 되었고, 약에 대해 가볍게라도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약의 적용 대상인 병, 우리 몸의 이상 증상이나 변화의 원인 -> 해결 실마리 -> 약의 적용과 경과로 이어지는 서술 구조로 되어있어 약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쉬운 점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페인 독감에 대한 것이었는데, 스페인에서 독감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책에 나와있다. 내가 듣기론 스페인 독감이 스페인에서 발병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발병했고 최초 진원지?는 모르는데 당시 시대상황 때문에 어쩌다 스페인에서만 보도가 되었는데 이게 억울하게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되어졌다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사실 확인은 내가 하든 저자가 하든 필요해보인다 ㅎㅎ

     

    인상 깊었던 내용 발췌

    다 두루두루 도움되는 정보이나, 내 삶과 밀접한 주제들 위주로 정리하였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세포 수는 약 30조 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인체에 함께 사는 ‘공생 세균’의 수는 사람의 세포 수를 훨씬 웃도는 40조 개 정도일 것이라 한다. (공생 세균이 100조 개라는 일부 주장은 과거의 부정확한 추측이다.) 인체에 사람 세포 수보다 세균의 수가 훨씬 많이 살고있다. 이렇게 사람과 함께 공생하는 공생 세균들을 학술 용어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균이 몸 곳곳에 득실대면 감염이 발생할 것 같지만, 사람과 공생 관계를 맺은 세균들은 몸에 상처가 나는 등의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체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에서 일종의 ‘텃세’를 부려서 유해한 세균의 침입을 방어한다. 외부 병원균들이 우리 몸에 침입해 자리 잡고 싶어도, 이미 마이크로바이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끼어들 자리를 찾지 못한 병원균은 질병을 일으킬 수준으로 늘어나지 못해 금방 제압된다.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우며, 눈이 충혈되고 눈물 콧물이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알러지 질환의 증상이다. 면역 세포가 상황에 따라 면역을 억제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인체는 몸에 사는 정상적인 공생 세균은 물론 별것 아닌 꽃가루에도 저런 과민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우리가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익한 균을 먹으면,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알러지 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Wickens, 2018)에서는 알러지 질환을 앓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출생 후 2년간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 HN001 균주를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더니, 아기였을 때는 물론 11세까지도 아토피 발생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 면역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원인을 알기 힘들었던 각종 면역 관련 난치병에 대한 치료법을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조심스럽게 이어지는 추세이다.
     

    탈모 치료제(Hair Loss Tretments)

    탈모의 열쇠를 풀 새로운 단서는 선천적으로 몸털이 자라지 않는 남성들을 연구하던 중 밝혀졌다. 그들의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었고,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도 정상이었지만 유독 다리털 같은 몸털만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유형의 사람들한테서는 전혀 탈모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원인은 모낭에 있는 효소에 있었다. 사람의 모낭에는 5α-환원효소(5α-reductase)라는 것이 있는데, 이 효소는 테스토스테론을 원래보다 2~3배 강력한 남성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으로 바꿔준다. 이때 DHT는 눈썹·팔·다리·가슴의 털을 성장시키는데, 몸에 털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유전적으로 이 효소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즉, 5α-환원효소가 없으면 몸털이 전혀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탈모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모낭에서 상당한 양의 5α-환원효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효소로 인해 생성되는 DHT는 몸털은 성장시키지만, 특이하게도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털의 성장은 억제한다. 같은 호르몬이라도 작용하는 조직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렇듯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리하면, 5α-환원효소는 몸털은 성장시키고, 머리털의 성장은 억제해 탈모를 유발한다. 이 효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은 몸털이 거의 없는 동시에 탈모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탈모인에게는 이 효소가 많을 것이다. 남성형 탈모의 잠재적인 원인이 5α-환원효소와 DHT 때문임을 밝혀낸 상징적인 연구인 것이다.
    5α-환원효소에 의해 강력 남성호르몬(DHT)이 만들어지면, 이 호르몬은 정수리와 앞머리 부위의 모낭에 있는 DHT 수용체에 결합해서 모낭의 성장을 억제하고 머리카락의 성장기를 억제한다. 일반적인 머리카락의 성장기는 2~7년 정도로 무척 긴 데다, 전체 머리카락의 90% 정도는 성장기에 속해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끊임없이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DHT가 모낭의 DHT 수용체에 결합하면 성장기가 점점 짧아지게 된다. 또한 모낭에서 머리카락을 만드는 털망울의 성장도 억제되어,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그리 오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이어지면 결국 모발은 성장기가 6~12주 정도밖에 안 되는 솜털과 비슷한 상태로 변화한다. 외관상으로는 성숙털인 머리카락이 사라지게 되니, 흔히 말하는 탈모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이마 양끝 M자의 좌측 상단, 우측 상단에도 솜털이 많은 것이다ㅠㅠ
    탈모의 원인 중 하나는 유전인데, 흔히 알려진 인식과는 다르게 ‘탈모 유전자’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탈모에는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자가 동시에 관여하는데, 이 유전자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부터도 물려받을 수 있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탈모면 본인도 탈모라는 식의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 할아버지 탓하는 불효는 저지르지 말자. 여성 역시 같은 방식으로 탈모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물려받는데, 여성들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서 탈모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거기다 여성호르몬은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해서, 보통은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서나 여성형 탈모가 발생한다.
    탈모를 치료하려면 당연히 5α-환원효소를 막아야한다. 이에 프로페시아®라는 상품명으로 유명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제일 먼저 개발되었다. 탈모가 발생하는 위치인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모낭에 분포하는 5α-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약이다. 우리 몸에 있는 5α-환원효소는 1형과 2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분포하는 위치가 다르다. 1형 5α-환원효소는 주로 피부의 피지샘 등에 분포하여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등의 좋은 기능을 수행한다. 탈모가 발생하는 위치인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모낭에는 주로 2형 5α-환원효소가 분포하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몸의 전립선에도 2형 5α-환원효소가 분포한다. 이 때문에 전립선비대증과 탈모의 치료 원리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약학자들은 2형 5α-환원효소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을 개발해내었다. 아예 테스토스테론 자체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해도 탈모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생식기능과 성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의 성과는 뛰어났는데, 약효는 복용 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년에서 정점을 찍고 쭉 유지됐다. 연구 결과 약을 복용한 남성 환자의 90%는 탈모 진행이 멈추었으며, 65%는 솜털 머리카락이 다시 성숙털로 바뀌었다!!! 프로페시아®를 처음에 복용할 때는 털의 성장 주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더 빠질 수도 있지만 꾸준히 먹으면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다. 성욕이 감퇴하거나 발기력이 약해지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의 0.5% 정도에서만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그마저도 초기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한다.
    아보다트®라는 상품명으로 유명한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도 피나스테리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른 점은 2형 5α-환원효소만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두타스테리드는 1형과 2형 모두를 억제한다는 점이다. 피나스테리드보다 강력한 약이다 보니 남성형 탈모에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강력한 효과에 비례해 앞서 언급한 성 기능과 관련된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둘 중 어떤 약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니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의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다. 보통 피나스테리드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분들이 2순위로 두타스테리드를 선택한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시작을 두타스테리드로 하고, 3년쯤 뒤 안정기?부터는 피나스테리드로 복용하고 있다. 약효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시작할 때는 학생이라 돈이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두타스테리드를 먹은 것이고, 취업하고 여유 자금이 좀 생겼을 때는 전립선 암 발병률이 피나스테리드가 더 낮다고 하여 비싼 것으로 바꾼 것이다.
    세계적으로 탈모 치료 효과가 공인된 약은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제외하면 딱 하나밖에 없는데, 바로 미녹시딜(minoxidil)이다. 원래 미녹시딜은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임상 시험을 진행하던 중 미녹시딜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다모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그때는 아직 피나스테리드가 개발되기 전이었으니, 약학자들은 여기서 탈모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았다. 다만 원래 목적이 고혈압 치료제임을 감안하여, 입으로 먹는 대신에 머리가 빠지는 부위에 바르는 방식으로 적용하는 약을 만들었다. 실제로 탈모 환자에게 미녹시딜을 바르자 증상이 완화됐지만, 아직도 이 약이 어떻게 작용하여 그런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녹시딜을 주된 탈모 치료제로 사용하기보다는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와 병용해서 보조 치료제로 쓰는 경우가 많다.
     
     

    알러지성 비염 치료제(Anti-allergic)

    알러지는 면역 기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작용해서 몸에 불필요하게 부담을 주는 경우이다. 몸의 면역계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꽃가루와 같이 그리 위험하지 않은 대상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면역 과민 반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알러지 반응(allergic reaction)이라고 부른다. 몸의 면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과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어느 곳에 발생하는 알러지인지에 따라 증상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알러지 반응에는 공통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몰리고, 해당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통증과 가려움이 느껴진다. 이런 반응이 피부에서 일어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되고, 기도에서 일어나면 천식이 되며, 눈에서 일어나면 알러지성 결막염이 되고, 코에서 일어나면 알러지성 비염이 되는 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알러지가 발생하는 부위가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알러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아주 어릴 때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시작했다가, 초등학교 즈음에는 알러지성 천식이 나타나고, 그 후에는 알러지성 비염이 생긴다. 연령에 따라 알러지 질환이 변화하는, 소위 ‘알러지 행진(allergic march)’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까지의 연구로 밝혀진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릴 때 사람 손을 많이 탄 강아지일수록 사람을 덜 경계하듯, 발달 중인 어린아이의 면역계도 다양한 외부 물질에 자주 접촉할 기회를 얻어야만 몸에 해가 없는 외부 물질에 과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이 생기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너무 위생적인 환경에서 그 과정이 생략되면 알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면역 관용이란, 면역 반응을 유발하던 특정 물질에 대해 면역계가 더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그 물질이 몸에 해로운지 판단을 할 수 없으니 강하게 반응할 수도 있지만, 해롭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면역계의 조절 작용으로 인해 더는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몸에 위험하지 않은데 불필요하게 면역계의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다시 말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알러젠(allergen)이라 한다. 꽃가루에 대응해 알러지 환자의 면역계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알아보자. 원래 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에서 적이 침입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항체’라는 물질을 만든다. 알러지 환자에게는 알러젠도 외부의 적으로 인식되므로, 알러젠에 대응하는 IgE라는 항체가 생성된다. 모기는 사람 피부를 날카로운 주둥이로 찔러 피를 빠는데, 그 과정에서 모기 몸의 단백질이 우리 몸으로 유입된다. 면역 세포들 입장에서 단백질은 외부 침입자가 분명하여 잠든 주인을 대신해 여기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히스타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가려움을 느끼게 되므로, 모기에 물린 주인은 무의식적으로 가려움을 해소하려고 해당 부위를 긁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기나 벼룩 같은 해충을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이다.

    알러지성 비염 특유의 ‘코가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왜 나타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알러지 반응의 결과로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해당 부위의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확장된 혈관을 통해 혈액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여러 면역 세포가 모여든다. 그 결과 해당 부위에는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완전히 새로운 염증이 생겨난다는 말은 아니고 붓고, 약간의 열과 통증 혹은 가려움이 발생하는 등의 그 전반적인 증상을 포괄하여 염증 반응(inflammatory response)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코에 이런 증상이 생기면 비염이고, 눈에 생기면 결막염이 되는데, 비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알러지일 때 ‘알러지성 비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가장 직관적인 방식은 혈관 확장을 막는 것이다. 오트리빈®이나 화이투벤® 같은 제품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모세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을 직접 콧속에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게 되어 있다. 모세혈관이 수축되면 점막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이 줄고, 결과적으로 비염 증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단기간 사용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주일 이상 길게 쓰면 콧속의 혈관이 여기에 적응해 버리는 것이다.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면 혈관은 약이 있는 상태를 정상이라 여기게 되고, 약을 끊으면 그 반동으로 코가 더 심하게 막히기까지 한다.

     
    코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하면 크게 두 가지의 증상이 나타난다. 코에는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비강(鼻腔)이라는 넓은 공간이 존재한다. (비강은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공간으로, 냄새를 맡고, 공기 속의 이물을 제거하며, 들이마시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런데 염증 반응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콧속에 몰리면, 비강을 둘러싸고 있는 점막이 평소보다 부풀게 된다. 그래서 비강이 평소보다 좁아지고, 공기의 흐름이 어려워져 숨을 쉴 때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동시에 혈액이 몰리게 되니, 비강 점막의 수분 함량이 늘어나 점막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점액의 분비량도 증가한다. 즉 콧물이 늘어난다.
     
    이 항체는 면역 세포의 일종인 비만세포(mast cell) 표면에 붙어서, 알러젠을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알러젠이 감지되면, 비만세포는 내부에 저장하고 있던 히스타민**을 분비한다. 히스타민이 모세혈관에 작용하면 양파 망 구조의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넓어진 양파 망의 틈으로 백혈구를 비롯한 다양한 면역 세포가 해당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이 통로로 혈액도 함께 이동하다 보니 해당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동반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히스타민이 신경 말단의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하면 통증과 가려움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알러지 반응이다. 비만세포에서 분비된 히스타민이 주변 조직에 작용하여 문제가 일어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분비하는 과정을 막거나, 히스타민이 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해 작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약학자들은 두 가지 약을 모두 개발했지만,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분비하는 과정을 막는 약은 약효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하여 분비된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는 약이 알러지 비염 치료제의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항히스타민제’이다.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 수용체에 일종의 마개를 씌우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히스타민이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알러지 반응에는 히스타민 외에도 매우 다양한 신호 전달 물질들이 관여하므로, 알러지 증상이 너무 심한 사람에게는 히스타민을 막는 것만으로는 증상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스테로이드제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스테로이드제는 한 가지 의약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의약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운동선수들이 불법적인 도핑을 위해 사용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anabolic steroid)’는 합성 남성호르몬이고, 피부과 연고로 많이 쓰이는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adrenal corticosteroid)’는 염증을 없애 주는 약이다. 둘 다 ‘스테로이드’라는 구조를 갖고 있어 한데 묶이지만, 전혀 다른 약이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운동선수가 사망했다고 할 때의 스테로이드는 알러지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와 아무 관련이 없다. 알러지 치료제로 쓰이는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는 부신피질 호르몬과 유사한 물질을 약으로 만든 것이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코르티솔(cortisol)인데, 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몸에 저장된 영양분을 빠르게 분해하여 곧이어 진행될 격렬한 신체 활동을 대비하면서, 혹여나 몸에 상처를 입더라도 당장은 붓거나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면역 기능을 억제한다. 알러지 치료법을 찾던 약학자들은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코르티솔의 역할에 주목하여 코르티솔의 구조를 모방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를 만들어 냈다.

    스테로이드제는 혈관 수축제나 항히스타민보다 더 앞쪽 단계를 막는다. 알러지성 비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마법 같은 효과를 낸다.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으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면역 기능이 약화되기 쉬운 점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사람이 잔병치레가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코르티솔은 앞서 말했듯 몸의 영양분을 소비하기 좋은 형태로 바꾸는 작용을 하여, 근육을 키우거나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을 합성하는 등의 생체반응을 억제한다. 코르티솔의 구조를 모방한 스테로이드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이런 증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비교적 낮은 강도의 스테로이드를, 필요한 부위에만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원칙이 정립됐다. 필요한 부위에만 연고 형태로 바르거나 콧속에 스프레이로 뿌려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다만, 해외에서는 스테로이드가 각종 알러지 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표준적인 치료약 중 하나로 자리 잡은데 반해, 국내에서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환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 의사들도 처방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알러지의 원인이 되는 알러젠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재주껏 알러젠을 피하면 된다. 하지만 알러젠을 알더라도 매번 피하기는 쉽지 않다. 계란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평생 거의 모든 종류의 빵이나 과자를 멀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알러젠을 접할 때마다 강도 높은 약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요즘에는 ‘면역요법(immunotherapy)’이 각광받고 있다. 면역요법의 원리는 환자가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알러젠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몸에 주입하여 적응시키면, 면역계가 알러젠을 유해한 물질로 인식하지 않게 되어 알러지 반응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원인 알러젠은 혈액검사나 피부 검사를 통해 알아낸다. 하지만 특이한 알러지를 가진 경우에는 알러젠을 확인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게다가 면역요법을 2~3년 동안 시행해도,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하니 이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항생제

    대부분의 항생제는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세균에만 선별적으로 해를 끼친다. 이런 차별화가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세균이 세포 수준에서부터 여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 세균에게 세포벽(bacterial cell wall)이 있다는 사실이다. 세포벽은 세포막 바깥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층으로, 게나 가재의 껍데기처럼 세포막 바깥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에게는 없는 세균 고유의 구조이다. 특정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이 만들어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세균을 사멸하게 하는데, 이런 원리로 작용하는 세계 최초의 항생제가 바로 ‘페니실린(penicillin)’이다.
    그런데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보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다시 과학자들은 세균에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다른 세포 내 구조물을 찾기 시작했고, 리보솜(ribosome)이라는 세포 소기관에 주목하게 되었다. 리보솜은 세포 내부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균의 리보솜은 사람의 리보솜보다 크기가 작고 구조가 달랐다. 이를 표적으로 개발한 항생제가 ‘-마이신’이라는 접미사가 붙은 각종 항생제들이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통틀어서 그냥 마이신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히 말해 마이신은 세균의 리보솜이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의 항생제들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항생제와 다른 종류의 항생제도 있다. 세균이 유전자를 복제하거나 이용하는 과정을 막아, 세균이 증식하거나 생장할 수 없도록 막는 항생제이다. 세균은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기 위해 설계도(유전자)를 단백질 합성 장치인 리보솜에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을 돕는 것이 RNA 중합 효소(RNA polymerase)라는 효소이다. 결핵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생제 리팜피신(rifampicin)은 이 효소를 억제해 세균을 죽게 만든다.
    수십 년간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되었지만, 대부분은 위의 세 가지 분류에 들어간다고 한다. 바꿔 말해 인간과 세균의 세포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세균의 새로운 급소를 밝혀내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균들도 항생제에 저항한다. 일부 세균들은 유출 펌프(efflux pump)라는 것을 갖고 데, 세포 내로 들어온 독성 물질을 다시 외부로 뱉어내는 역할을 한다. 항생제를 투여해도 살아남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세균이 항생제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몇몇 세균만이 유출 펌프를 통해 항생제를 내보낼 수 있다. 항생제를 처리하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일부 세균만 살아남고 나머지 세균은 모두 죽어 버리고 만다. 문제는 살아남은 소수의 세균들이 다른 세균이 가졌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였던 항생제 내성균이 다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세균은 항생제의 공격을 피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등장한 항생제 페니실린에 저항하고자 세균들은 여러모로 몸부림을 쳤다. 어떤 세균은 페니실린이 작용하는 부위를 살짝 바꿔 페니실린의 작용을 무력화했고, 또 다른 세균은 페니실린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과감한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이 다시 페니실린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면, 세균은 분해 효소의 생성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응수해 버렸다.
    이런 방식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한 세균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단 그런 일이 생기면 큰 문제이다. 세균들은 자기들끼리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세균이 다른 세균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주변에 내성이 역병처럼 퍼지게 된다. 이렇듯 세균은 끝없이 진화하고, 인류는 뒤쫓아 가기 바쁘다.
    항생제 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항생제 내성(antibiotics resistance)은 약물내성(drug tolerance)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약물내성은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했을 때 약효가 점차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마약성 진통제나 수면제처럼 특이한 약에 한정되는 현상이다. (진통제나 감기약 같은 일상적인 약을 먹어서 약물내성이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와 달리, 항생제 내성의 주체는 세균이다. 사람이 항생제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게 문제가 된다. 특히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에 항생제 내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항생제 내성균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요인에 의해 항생제 처방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높았다. 2002년 기준으로 동네 의원의 봄철 항생제 처방률은 43.36%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개별 의원마다 항생제 처방률을 통보해서 항생제 처방을 줄이도록 유도했다. 2018년에는 다행히 이 수치가 2002년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해외에 비해서는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무조건 항생제를 써야 빨리 낫는다는 고연령층 환자들의 오해도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히려 항생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피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항생제 내성균을 막기 위해서는 항생제 내성균 외의 다른 세균도 모조리 제거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소수의 항생제 내성균이라도 주변 친척들에게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꾸준히 먹어서 내성균이 유전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는 친척들까지 모두 죽이면, 이런 문제는 사라진다. 항생제를 마음대로 중단하지 말고, 처방된 양을 반드시 다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보건 의료계의 협조 아래 항생제 내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특정한 한 가지 항생제만 계속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항생제를 돌아가며 쓰는 것이다. 특정 항생제를 계속 사용하면,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 비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이미 연구(Beardmore, 2017)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이때 적당한 주기를 갖고 어떤 시기에는 A라는 항생제를 주로 사용하다가 다음 시기에는 B, 그다음에는 C라는 항생제로 순환하는 식의 항생제 순환(antibiotic cycling) 전략을 이용하면 항생제 내성균을 줄일 수 있다. A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있는 균이 B와 C에까지 내성을 가질 가능성은 드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능력을 가진 거짓말 같은 세균이 실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여러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났다. 
    메티실린과 같은 세 개 이상의 서로 다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multidrug resistance bacteria)이 속속 등장하자, 세계 보건 의료계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흔히 언론에서 ‘슈퍼박테리아(super bacteria)’라고 부르는 세균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항생제 다수에 내성이 있어 일반적인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렵다. 이들이 내성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항생제만 사용하면 순식간에 감염이 진행되어, 전신의 혈액이 세균에 감염되는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난 원인 중 하나는 축산업이다. 의료 분야가 아닌 축산 분야에서 문제가 불거지다니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축산 농가에서는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좁은 축사에서 최대한의 효율로 가축을 기르다 보니 위생이 열악해졌고, 축산 농가는 자연스레 항생제에 기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축산 농가 주변의 토지와 물에는 항생제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됐고, 그 환경 변화에 맞춰 항생제 내성균도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슈퍼박테리아를 마냥 걱정할 것 까진 없다고 한다. 퍼질 확률도 낮은 데다가 세균 입장에서도 여러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생존에 유리하진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항생제 남용은 피해야 하고, 무항생제 한우와 한돈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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